막다른
골목의 요
추억 시 바
모 나
토 나 김남주 옮김
“삶의 고비에 설 때마다 혹은 인과의 고리를 찾을수 없는 불행에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는‘왜 하필 내게 이런 시련이’라고 생각하며 하늘을 원망하거나 주위 사람들
에게 책임을 묻곤 합니다.
하지만 삶의 고비도, 예기치 못한 불행과 시련도, 어느날 불쑥 내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생의 커다란 흐름 속에 이미 마련되어 있던 것임을, 안타깝게도 시간이 한참 흐르고 마음도
추슬러진 후에야 깨닫곤 합니다. 그러니 당장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황량함과 시련의 깊이에
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은 어느날 돌아보면, 우리가 고비도 넘어서고 불행과 시련에서도 헤어난
어떤 자리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끌어올려 주고, 끄집어 주는 힘이 인간이 본래부터
지닌 생명력인지 신의 자비롭고 따스한 손길인지는 알수 없지만, 아무튼 뭐라 규정할수 없는
어떤 힘의 인도와 베풂이 있어 우리는 자기 몸과 마음에 난 상처를 제 손으로 깁고 어루만지
고 다독일 수 있는 것이지요. 요시모토 바나나가 전파하는 치유의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겪어야 하는 무수한 불합리와 모순과 불행뒤에 또 어쩌면 같은
크기의 긍정과 행복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말이죠.“ 옮긴이의 말 –김난주-
단편이 다섯 개
1. 유령의 집
2. 엄마!
3. 따뜻하지 않아
4. 도모짱의 행복
5. 막다른 골목의 추억
바나나 작가의 치유의 이야기를 또 보았다.
이번에 본 다섯개의 단편에서 내가 느낀건 상실감으로 상처를 입었거나 온몸이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일때는 주위에서 위로해 준답시고 상태를 묻거나 말을 걸고 끓임없는 간섭을
하는 것만큼 짜증나고 귀찮은게 없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전에는 그냥 조용히 지켜봐 주는게 오히려 낫다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은 스스로 치유할수 있는 능력이 내면에 잠재해 있다. 스스로 반응하며 여행이 필요하면 여행
을 통해서 조용히 뒤를 돌아보며 행복했던 순간도 떠올리고, 조용한 시간 내면의 깊은 속까지 침잠
해서 생각을 하게되고 내 잘못으로 이런일이 닥친게 아님을 깨닫게 되고 아직은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주위의 인연의 고리로 연결된 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그래서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바나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꼈다.
끝이 좋아서 완전한 해피앤딩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따스한 느낌,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또한 색다를것 없는 반복되는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겁게 살아 가려 노력한다.
"별은 반짝이고, 밤하늘은 한없이 멀었다.
그때의 시원한 바람,끝없이 펼쳐졌던 미래, 나 태어난 동네를 자욱하게 덮은 아침 향내,
그 느낌이 되살아 났다.
자유롭게 끝없이 노래처럼,선율처럼, 퍼져 나가는 어떤 마음의 상태.....
그것을 추구하며 나는 아직도 한참 더 살아갈수 있다고. 그런생각이 들었다. 평화에 젖어
아픔에 둔해졌던 마음의 껍질 한겹이 호르르 벗겨진듯한 느낌이었다.
아프기는 아프지만, 멍한채로 살아갈때보다 피부에 닫는 공기가 훨씬 신선했다.
좋아. 이젠 그만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까."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