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순원
하얗게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뒷마당의 할아버지나무가 어린 손자 나무에게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나무를 마당에 심은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쯤 그 집에 살았던 어린
주인 부부였다. 힘이 없어 이웃 나라에 주권마저 빼앗겼던 혼란의 시기, 열세 살에 결혼해 가장이 된 어
린 신랑은 대물림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둥산에 밤 다섯 말을 심었다. 식량이 떨어져 겨우내
풀뿌리로 허기를 달래면서도 결코 그 밤을 먹거나 내다팔지 않았다. 그가 모진 굶주림과 이웃 사람들의
비웃음을 견디며 밤을 심을 수 있었던 것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밤을 심은 뒤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자 황량하고 보잘것없던 민둥산은 울창한 밤나무 숲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한 톨의 씨밤에 불과했던 나무는 부부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 뿌리를 내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해마다 굵은 밤송이들을 땅에 떨어뜨리는 늠름한 밤나무로 자랐다.
그렇게 태어난 할아버지나무는 자신을 심고 보살펴 준 이들을 위해 제 한 몸을 아끼지 않았다. 온 마음
을 다해 꽃을 피우고 가지 끝에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아 부부에게 선물해 주었다. 어린 신랑으로 인해
삶을 얻은 할아버지나무와 그 나무가 내준 열매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난 어린 신랑……. 어느새 둘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 함께 나이를 먹어 간다. 그리고 그들의 깊고 순수한 우정은 세월이 흘러
부부가 세상을 떠난 백 년 뒤에도 세대를 이으며 계속된다.
나무를 사랑해서 평생 수없이 많은 나무를 심은 사람과, 사람을 사랑해서 백 년을 그리워하며 보답한
나무.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온기를 나누며 살아간 두 친구의 이야기가 가슴속에 따뜻한
향수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나무』는 이순원 작가가 할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시골집에는 오래전 할아버지가 심은 밤나무 한 그루가 지금까지도 서 있다. 소설 속 어린 신랑처럼
열세 살에 결혼한 작가의 할아버지는 백 년 전쯤 마당에 밤을 심어 커다란 나무로 키워 냈고, 그 나무
는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출판사 줄거리와 서평--
압구정동에 비상구가 없다,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 19세, 내가 봤던 책들이다.
이순원 작가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한 글쓰기를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19세”도 직접 대관령에서 농사를 지어본 자기경험으로 소설이 탄생이 되었다는걸 알수 있었다.
어릴적 살았던 내고향 시골집에도 과실나무가 너무도 많았다. 지금도 많지만 예전엔 정말 많았다.
온 밭머리마다 감나무며 대추나무며 밤나무, 뽕나무, 복숭아나무, 닥나무가 있었고, 가을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있는 유실수들을 보면 정말 내 할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 몇 년후를 내다보고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오래전 할아버지가 심어놓았던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들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늙어서 베어져 사라져
버렸지만 새로 아버지가 고염나무에 접붙여서 감나무가 된 새로운 감나무도 시골집에 많이 있다. 몇년전에는
아버지가 밭에다 매실나무를 많이 심었다. 지금은 6월이면 매실을 수확해 매실액을 만들어서 또 자식들
에게 나눠 주신다.
어린시절 가을만 되면 아버지랑 감을따던 기억, 그 감들을 사랑방에서 껍질을 벚기고 곶감을 만들던 기억,
처마에 주렁주렁 감을 말리던 시골집 풍경들이 지금도 어제인양 눈에 선하다.
이소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추억을 돌아보게 하고 흐뭇한 미소을 지을수 있으니 말이다.
나무와 사람과의 우정을 넘어서서 대를이어 그 자손들까지 사랑으로 지켜봐주는 할아버지 밤나무가 있다.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지만 온세상의 모든걸 다 알고 느끼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책을
본후에 더많이 든다. 나무가 할수있는건 뿌리를 굳건히 하고 잘자라 열매을 많이 맺어 주는것이 우리에게
해줄수 있는 전부이지만 사람과 친구가 될수도 있다는것, 사람이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난 그럴수 있다고 느꼈다. 메말라 가는 시대에 나무와 사람과의 우정이란 내용은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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