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아멜리 노통브(벨기에) 김남주 옮김
“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들 무슨 불편이 있을 것인가?
그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혐오감에 사로잡힐 테니까.” 첫부분 p9
은퇴후에 전원생활을 꿈꾸며 마련한 시골집에서 뜻하지 않은 이웃남자 방문객이 매일 같은 시각 오후 네시가 되면 찾아온다.
유일한 단 한집밖에 없는 이웃이지만 처음 방문 했을땐 예의상 인사하러 온 것이겠거니 했는데 매일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와 6시가 되면 돌아간다. 그것도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물어보면 예나 아니오 로만 답하고 어쩌다 길게
답할수 있는 질문을 하면 엄청 뜸들이며 생각하고 말한다. 이웃의 두번째 방문날 이 노부부 에밀과 쥘리에트가 이웃남자를
피하려고 오후3시 50분 산책 나갔다 6시가 조금 지난시간 집으로 돌아 와보니, 집앞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한사람의
발자국이 눈 위에 있었다. 이웃남자 일흔이 넘은 베르나르댕씨가 이집에 다녀간 발자국이었다. 다음날도 집2층에 있으면서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도 문을 안 열어주며 피해보려고 하지만 베르나르댕씨는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린다. 어쩔수없이 또 들어
오게하고 커피한잔을 주니 이웃남자는 또 아무말없이 에밀이 묻는 말에만 답하고 침묵만 지키다 6시가 되면 돌아갈 뿐이다.
그 다음날 거절을 못할바에야 즐겁게 맞아주자 하여 베르나르댕씨를 집안으로 들이고 에밀은 따분한 얘기(중국의 분류학얘기,
타잔드르,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어간다. 이웃이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날도 똑같이 지루한
얘기로 일방적인 대화를 해 나갔다.
그 다음날은 베르나르댕 부인도 초대해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담날저녁 베르나르댕씨와 같이 온 거대하고 굼뜬 물체같은 살덩이의 부인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웃남자의 아내는 엄청나게 뚱뚱한 사람이었다. 에밀은 그제서야 이웃남자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매일 같은 시각 이웃남자의 방문으로 더 이상 꿈에 그리던 시골생활을 할수 없게 되자 에밀은 이웃남자에게 폭발하듯 막말을
하며 거절의 뜻을 표한다.
다음날 오후4시 이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없다. 그 다음날도 다음다음날도. 그러나 나(에밀)는 3시 59분만 되면 숨쉬기가
힘들고 식은땀이 나는 고통스런 증상이 나타나고 매일을 불면증에 시달리며 지낸다.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던 어느날 에밀은 차고에서 죽어가고 있는 이웃남자를 발견하여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으로 옮겨 그 남자
를 살린다. 혼자 있을 엄청난 살덩이를 가진 이웃집 부인에게 수프를 끓여서 같다 주며 이웃으로써 해야할 도리를 다한다.
그 이웃집은 돼지 우리나 다름없다. 이웃 부인 거대한 살덩이를 보며 에밀은 이웃남자가 왜 자살까지 생각했는지 이해가 된다.
이웃남자는 자신을 구해준 에밀을 비난하는 눈치였다. 그에게는 죽고 싶은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는데, 거대한 살덩어리를 가진
부인을 보살피는 일로 하루 하루 보내는 삶은 지옥같은 것이었는데, 에밀은 이웃남자가 다시 자살 시도를 하면 다시는 방해하지
않고 그냥 두기로 마음 먹는다.
급기야 에밀은 이웃남자를 살해까지 하게 된다. 밤에 자신의 이중적인 또다른 내가 살인을 저지른다.
베르나르댕씨와 암묵적인 협의로...
“우리는 모두 밤이 되면 낮의 자신을 산산조각 내고, 아침이 오면 또다시 밤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던가?” p167
에밀은 고등학교에서 40년동안 라틴어를 가르쳐 왔다. 어렸을때부터 습관 되어진 도덕적 신념도 타인의 관계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되면 무너질 수도 있다. 에밀은 살인의 비밀을 철저하게 쥘리에트에게 속이며 살아 간다...
"그날 나는 타고난 성격을 거슬러 행동했고 아무도 알아줄 리 없는데도 내 구원보다는 내 이웃의 구원을 먼저 생각했으며,
한 가없은 사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대단찮은 내 신념은 물론 나의 완강한 수동성까지 희생시켰다.
내 의지가 아닌 그의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요컨대 내행동은 보시였다. 진정한 보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선의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찬탄 받는 순간, 그것은 이미 선의가 아니다." p181
'독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다리 포목점 (0) | 2016.07.15 |
---|---|
한낮인데 어두운 방 (0) | 2016.07.08 |
도토리자매 (0) | 2016.06.08 |
자전거 말고 바이크 (0) | 2016.05.29 |
수도원 기행 (0) | 2016.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