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에너벨라 2017. 5. 11. 16:05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가브리엘 루아 지음/이소영 옮김

?‘내 생애의 아이들’ 의 작가이자 캐나다 문학의 대모로 꼽히는 가브리엘 루아의 자전적 소설,

유년기의 한 시절을 예리한 시선과 깊은 통찰로 그려낸 중단편 모음집으로, 네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을 선사한다, 20세기 중반 캐나다의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꼬마 숙녀 크리스틴이 느끼

고 깨달은 인생의 가치를 잔잔하면서도 위트 있게 그려냈다. 크리스틴은 존재와 창조의 신비를 발견

하면서 풍경과 시간의 영원성, 세대와 나이, 유랑의 위험, 그리고 자신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모든 것과 단절해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길

 위에서 벌어지는 ‘여행’을 매개로 하여 친숙하게 전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소개 글-

 

가브리엘 루아, 내가 처음 이작가의 책을 접한 게 “내 생애의 아이들”이었다. 아마도 2000년

초에 읽었지 싶다. 남편의 직장에서 생일날 책을 선물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편이 생일선물로

받아온 책이었다. 그때 공영 방송에서도 ‘책을 읽읍시다’이런 캠페인 같은걸 해서 책 선물해주는

문화가 있었다. 남편이 선물로 책을 한 6~7년 정도 받아 왔었는데 남편은 책에 관심이 없고, 나는

내가 마치 책선물을 받은양 들떠서 신나게 책을 읽었었다.

작가가 교직원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자전적 이야기들을 너무도 아름답게 묘사해 놓아 참 감동 깊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작가의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가브리엘 루아(1909~1984) 미완의 자서전‘내 생애의 아이들’을 남긴 채 퀘백 시립병원에서

눈을 감은 그녀의 말년은 쓸쓸했지만, 그 작품들은 여전히 살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고 옮긴이 이소영님이 후기 글에 써 놓았다

 

*네편의 이야기

1.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2. 노인과 아이

3. 이사

4. 알타몬트를 지나는길

 

1편에서는 여섯살 크리스틴과 할머니의 교감을,

2편에서는 여덟살 크리스틴과 이웃 생 틸레르 할아버지와의 위니팩 호수로의 여행을,

3편에서는 이웃 프로랑스네 아빠(이삿짐운송업)피셰트 아저씨네 이삿짐수레를 타고 여행을,

4편에서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어른이 된 크리스틴이 엄마의 추억으로의 여행을 한다.

 

‘노인과 아이’에서 여덟살의 크리스틴이 이웃 생 틸레르 할아버지와 위니펙 호수를 보기위해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기차를 타고 위니팩 호수를 보러 갔던 일, 새로운 세계을 보게 된다는 기쁨

에 너무나도 벅차고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 감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마침내 할아버지가 말문을 여셨다. ‘괜찮니?’아아, 아마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괜찮았

겠지만, 감당할 길 없는 미지의 기쁨에 그저 놀라고 또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고 나서 당연

히 그것이 기쁨의 특성 그 자체라는 것을, 놀라움 속에서 경험하는 황홀함이라는 것을, 그토록 단순

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아아, 이게 바로 그것이구나!’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커다란

발견의 느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모든 것이 내 기대를 넘어섰다. 반쯤은 구름이 끼고 반쯤은 햇빛이 비치는 저

드넓은 하늘, 초승달 모양의 저 경이로운 호수, 그리고 특히 저물, 메마른 지평선에만 익숙한 시골

아이였던 내 눈에 한없이 펼쳐진 저 물은 낭비로 보일 만큼 차고 넘쳤다.

                                                                          -104P-

내가 어릴 적 열살즈음 바다를 보러 갔던 일과, 크리스틴이 위니팩 호수를 보러 갔던 일을 견주어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난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골 오지서 태어났다. 그 골짜기서 10년을 살다

 엄마와 큰엄마 숙모님과 또 그 딸린 아이들과 함께 면소재지에 있는 5일장구경을 갔다가 바다

를 보러 갔다.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는데, 15리 정도는 걸어서 가고 15리는 버스로 비포장 도로를

달려서 면소재지의 장날 장마당에 도착했다. 엄마는 왠일로 옷을 한 벌 사주셨다. 하얀 바탕에

오렌지색 땡땡이 반팔 블라우스에 반바지를 사 입히고, 큰엄마도 나와 똑같은 옷을 명희한테 사

입혔다. 졸지에 쌍둥이가 된것 처럼 보였다. 난 명희보다 세 살이나 많은데 워낙 작아서 명희

정도 키밖에 되지 않았다. 그때 내기분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하니 썩 좋지 않았을것 같다.

다 같이 오산 바닷가를 또 버스를 타고 갔다. 미리 준비한 양동이 호미 칼과 수박 한통을 들고서,

바다에 해수욕을 즐기러 간 게 전혀 아닌 홍합을 따기 위해 간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신이 났었다. 생전 처음 보는 온통 물뿐인 바다에 철썩대는 큰 파도와 바위마다

까맣게 홍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따개비도 말도 못하게 많이 붙어 있었다.

놀라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나이여서 그때의 생각을 지금은 다 기억하지 못하

지만 내가 사는 골짜기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 그걸 본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아니었

을까 싶다. 홍합을 엄청나게 따와서 그날 저녁 집에서 끓어 먹었었다.

이후로는 중,고등시절은 면소재지에서 자취 생활을 했으니까 언제든 시간만 나면 바다를 보러 갈수

있었다. 친구들과 여름날 바다에 가서 놀았던 기억, 바닷가마을에 사는 남자애들이 잠수해서 큰

조개를 주워 나오면 모래밭에서 끓여 먹고, 주위 과수원에서 복상도 사다가 먹고 했었던 즐거운

기억들. 이것들이 지금을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크리스틴은 가보지 않은 세계를 보기를 항상 열망했다.

크리스틴의 엄마가 얘기하는 역마살 일수도 있지만 그것은 영혼의 온전한 자유를 위한 갈망이다.

낯선곳 미지의 세계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경험하는 일은 온전한 나 자신과 만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일이기도 하다.

일상에 지칠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충동이 있는데 난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다가 어느 순간 머리가 하얀 노파가 되어 계속 신세 한탄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건 하고 싶은 열망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

이다. 여행이건 그 무엇이든 하고 싶은걸 생각만 하다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고민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걸 하고 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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